Global Monitor now

"부상하는"(?) 재닛 옐런

  • Politics
  • 2020-11-21 08:29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2020년 3월17일 미국 재무부 부근을 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이미지 확대보기
만일 중국이 대대적인 위안화 가치 절상, 예를 들어 달러-위안 환율의 20% 하락을 수용한다면, 현재 중국이 갖고 있는 미국 국채(1조680억달러)에서도 당연히 20%의 환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총 1조4100억위안, 약 2140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240조원에 해당하는 재산 가치가 순식간에 증발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 국채를 미리 팔아야 하나?

*20%는 과거 선진국 통화들간의 환율 조정 사례에 비해서는 완만한 편이다. 예를 들어 유로는 지난 2014년 고점에서 2015년초 및 2016년말 저점까지 25%가량 절하되었다. 2012년 가을 아베노믹스 테마 이후 2015년 6월 고점까지 달러는 엔화에 대해 60% 넘게 절상되었다. 앞서 플라자합의 당시 달러는 엔화에 대해 50% 넘게 절하되었다(1985년초~1987년말).

가장 강력한 차기 미국 재무장관 후보로 거명되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과연 중국을 "강력하게" 몰아붙일 수 있을 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난 9일자에서 보도했다. 브레이너드가 오바마 행정부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으로 활동하던 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명하는 데 계속해서 반대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브레이너드 자신은 매우 강한 의지가 있었으나, "윗선"의 반대로 인해 대외적으로는 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인데, 그 윗선은 바로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이었다.

사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명하는 것은 차관 레벨의 전문관료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양한 파장을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고도로 정치적인 사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 때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관 이상의 선에서 결심이 내려져야 한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브레이너드 재임(2010~2013년) 당시에만 해도 미국은 중국을 그렇게 정치적으로 몰아 붙일 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다.

* 이 기사는 지난 11월 11일 오전 7시19분 '글로벌모니터'에 먼저 표출되었습니다.

달러-위안 최근 20년.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 투자한 중국의 자산은 굉장히 안전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첫해였던 지난 2009년 6월1일, 미국 재무장관으로서 중국을 처음 방문한 팀 가이트너는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중국인들의 우려를 달래느라 애를 썼다.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이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재정적자와 어마어마한 화폐발행을 하고 있었기에 인플레이션과 달러가치 절하 우려 역시 상당하던 때였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그 무렵 중국은 미국 국채를 7680억달러 보유하고 있었다. 국채 이외의 자산까지 포함해 중국이 보유한 달러는 그 두배가 되는 것으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하고 있었다.

가이트너 장관은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앞으로 재정적자를 축소할 것이며, 미래의 정부 지출에는 굉장히 규율이 있을 것이며, 심지어는 'pay-as-you-go(재원이 확보된 경우에만 지출항목을 신설)' 규정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도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무위험자산 시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재정적자를 앞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줄이는데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강한 달러를 믿는다(We believe in strong dollar)." "신뢰가 지속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고치고 개혁할 것임을 확실히 하겠다."

그러면서 가이트너가 요청한 것이 중국의 경기 부양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빚을 갚아 나가야 하는 한편으로, 중국은 수출 의존을 줄일 수 있을 정도의 "부럽도록 강한 위치에 있다"면서 "중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국내 수요로의 아주 상당한 전환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은 GM의 파산보호신청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아직 디플레이션과 금융붕괴의 위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보호무역주의에 의존하기보다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 포럼(예를 들어 G20)을 통해 공조와 협력을 모색해야 할 처지였다.

앞서 그해 1월에 있었던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가이트너 재무장관 지명자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이미 2008년부터 둔화하고 있었다며, 추가로 둔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브레이너드가 차관 인준 청문회 때 그랬던 것처럼 당시 가이트너 역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 미국의 모든 외교적 경로들을 사용해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는 말했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적어도 그 때에만 해도 미국은 중국의 보복 대응을 심히 걱정해야만 할 형편이었다.

*2009년 6월 베이징 연설을 전한 로이터 기사는 "중국의 달러 자산은 매우 안전하다"는 가이트너 장관의 답변에 베이징대 학생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고 전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직접 몰아붙이지는 않았지만, 2010년 봄부터 2014년초까지 4년 가까이 동안 달러-위안은 11% 이상 하락(위안화 가치 절상)했다.

미국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이미지 확대보기
물론! 지금 미국은 2009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달러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으며, 중국에 애걸하지 않고도 스스로 경기를 부양할 능력이 있다. 정부가 수조달러의 화폐를 발행해 지출을 늘려도 달러의 패권에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국제통화로서의 지배력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미국은 이번 팬데믹을 통해 더욱 더 잘 알게 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개선된 미국의 경상수지도 그 자신감의 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차기 미국 재무장관 선임의 핵심 고려 요소는 중국보다는 미국 내부일 수 있다.

*미국 재무장관에게는 사실 독자적으로 행사할 만한 강한 정책수단이 없다. 통화정책은 "독립적인" 연준의 소관이고, 재정정책은 "선출받은" 의회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그래서 미 재무장관은 '조율하는 사람'의 성격이 강하며, 곧잘 '경제 외교장관'의 기능을 수행한다. 협소하게는 환율정책이 재무장관 소관으로 여겨지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국내적으로 미 재무장관은 백악관과 의회, 연준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미국 진보진영 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American Prospect)'의 공동 창간자이자 공동 에디터인 로버트 커트너는 지난 9일자 칼럼에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이번 바이든 행정부에서 핵심 위치에 오를 수 있다"면서, 재무장관 후보 물망에 "흥미롭게도 그의 이름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칼럼에서 브레이너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던 커트너 에디터는 이번 칼럼에서는 "라엘이 너무 일찍 정점을 지났다"는 한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커트너에 따르면, 옐런은 다양한 측면에서 "흥미로운 초이스"다. 그 배경에는 한마디로 정치공학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리버럴(진보진영)이 보기에 옐런은 충분히 리버럴하다(진보적이다). 또한 월스트리트가 보기에 옐런은 충분히 보수적이다. 그리고 전직 연준 의장으로서 옐런은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가 인준을 막기가 어려운 인물이다."

2017년 11월29일 미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 보고에서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이미지 확대보기
커트너는 옐런이 지난 2013년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던 때에도 진보진영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에게 연준 의장 자리를 거의 확약을 했는데, 진보진영에서 강력히 반발해서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옐런 지명으로의 선회는 민주당 좌파의 명백한 승리로 여겨졌다고 한다.

게다가 옐런은 노동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완전고용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빠듯한 고용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는 이론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커트너는 설명했다.

옐런이 정작 취임 이후 "놀라울 정도로 매파적"이었던 점은 흠결이 될 수 있다고 커트너는 지적했다. "영웅적인 역할을 했던 채권매입을 이제 끝낼 때라는 전제 하에 수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지나치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특히 중서부지역 경제회복세가 지지부진해져 민주당 편이었던 노동자들이 트럼프로 전환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커트너는 옐런이 최근 비둘기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주 골치 아픈 재정적자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재무장관으로서 옐런이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도 적자지출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부에도 존재하는 재정매파들을 다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옐런 재무장관은 주 및 지방정부, 소기업들에 대한 연준 대출의 조건을 완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며, 트럼프 정부 때 유명무실해진 정부 통합 금융규제 감독기구(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를 주재하는 의장 역할도 한다고 커트너는 소개했다. "현재로서는 리버럴 진영이 얻을 수 있는 아마도 최선이 옐런"이라는 주장이다.

*진보진영의 대선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도 재무장관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준권을 가진 상원이 공화당 수중에 있는 한에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옐런은 진보 진영의 요구를 충족할 만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옐런이 미국 진보진영 전반에 걸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