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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도 '무기한 QE' 도입… '이례적 반대' 거슬러 끝내 관철

  • Economy
  • 2019-09-13 04:01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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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 금리인하와 자산매입(QE) 재개라는 초고도 부양 패키지를 도입했다. 이번 결정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위원들이 QE에 반대의견을 개진했으나 다음달말 퇴임하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끝내 뜻을 관철시켰다. 금리인하 폭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QE의 월간 규모가 예상에 다소 못미쳤으나, '금리인상 직전까지' 무기한으로 자산매입을 지속하기로 함으로써 실망감을 달랬다.

ECB는 12일 정책회의를 열어 예치금금리를 종전 마이너스 0.4%에서 마이너스 0.5%로 10bp 인하했다. 마이너스 금리폭이 확대된데 따른 부작용(금융기관의 수익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투 티어링(Two Tier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필요지급준비금의 6배에 해당하는 초과지준에 대해서는 0%의 금리를 적용, 사실상의 보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원래의 기준금리(MRO rate: Main Refinancing Operation rate)는 0.0%로 동결했고, 한계대출금리도 0.25%로 유지했다.

지난해말 끝냈던 QE(자산매입)도 재개하기로 했다. 시행시점은 오는 11월부터, 규모는 월간 200억유로로 했다. QE의 규모나 기한을 특정하지 않는 이른바 '개방형(open-ended) 방식을 취했다. 위원회는 자산매입이 "정책금리의 부양적 영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만큼 지속될 것으로, 그리고 핵심 ECB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기 바로 전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CB는 회사채 등 민간자산의 수익률이 예치금 금리를 밑도는 경우에도 제한 없이 매입하기로 했다. ECB는 앞서 지난 2017년 1월 공공자산 매입에 적용하는 수익률 제한을 푼 바 있다. 이 조치는 즉각 시행되어 이날 이후의 만기자산 재투자에도 적용된다.

ECB는 다만 시장에서 거론되어 온 '발행국 한도(현 33%)'는 높이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행 리듬으로 자산매입을 꽤 오래간(for quite long time) 지속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도 상향을 논의하고자 할 동기(appetite)가 없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개시 시점을 유추하게 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또한 완화적으로 수정되었다. "현재 수준 또는 그 보다 낮은 수준으로 핵심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존의 가이던스를 유지함으로써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초저금리 유지 시한과 관련해서는 "최소한 2020년 상반기내내"라는 기존의 칼렌다 방식을 삭제했다. 대신 "인플레이션 전망이 목표에 왕성하게 수렴하고 그 수렴이 기저 인플레이션 다이내믹스에 반영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정성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에 앞서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QE 재개를 점쳤다. 오는 10월부터 월간 300억유로 규모로 1년간 자산매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컨센서스였다.

ECB는 은행들에 대한 장기대출(TLTRO) 금리도 인하했다. '투 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심화, 연장하는데 따른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MRO 금리(현재 0%)를 기본으로 하되, 벤치마크 대비 초과실적을 낸 은행들에게는 예치금금리(-0.5%)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2년으로 정했던 만기는 3년으로 연장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통화정책위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옌스 바이드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뿐 아니라,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QE 재개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트리아와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 역시 알려진대로 QE반대 진영에 섰다.

특히 집행부에서는 독일 출신 자비네 라우텐슐래거 이사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브누아 퀘레 이사까지 QE를 반대했다고 블룸버그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대 진영 인사들은 '실탄을 아끼자'는 논리를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QE를 유보해 두었다가 노딜 브렉시트 같은 위급한 상황을 맞으면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들은 '당장' 가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대세에 결국 밀렸다.

드라기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낮은 0~1.5% 수준으로 재고정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그래서 이번에 당장 자산매입 재개 등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자산매입과 관련해서는 (금리인하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면서도 "결국에는 컨센서스가 충분히 폭넓게 형성되어 굳이 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정은 결국 굉장히 폭넓은 컨센서스를 보였다. 명백한 다수견해(a clear majority)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미치는 위험이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며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로존의 리세션 가능성은 작으나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 가능성이 작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데 대해서는 위원회가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또 "인플레이션 전망이 현저하게 높아지기를 원한다. 이번 부양 패키지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하는데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드라기 총재는 "재정의 자동적 경기 안정화 기능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성장 친화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이 기본(main)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만장일치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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